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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끝의 눈송이

사랑 한단말이 향수 같은 것일까봐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간 마음 속에 가두어둔 그 향기로운 감정이 허공에 휘발되어 버릴까 봐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아끼다가 끝내 전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손톱 끝의 봉숭아처럼 물드는 것임을 알겠습니다. 한번 더 조금씩 더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임을 알겠어요. 그러니 진실로 허망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했거나 쓸쓸했거나 우리 안에 물들어 다시 사랑을 기다립니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가슴으로 고스란히 알게 해줄 사랑. 봉숭아 꽃물이 든 손톱 끝을 적시는 하얀 첫눈 같은 사랑을 기다립니다. -정현주의[사랑에 물들다]중에서-